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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2018 회고

2018 회고

파이썬 강사

  4월 쯤, 영미권 사람들에게 파이썬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처음 누군가를 정식으로 가르치는 건 처음이었다. 그땐 몰랐다. 내가 본 많은 선생님들이 뭘 그리 강의(수업)를(을) 하시면서 고민하셨는지.

  처음 가르치는걸 시작할 때 내가 생각했던 방식은 매우 이상적이었다. 세세한 설명으로 수강생 전원의 이해도의 표준편차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내가 준비했던 슬라이드는 130장은 거뜬히 넘기는 양이었고, 일부는 초반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도 될 내용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다행히 초반 열정적인 모습을 잘 봐주신 교육생분들 덕분에 잘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구직 활동

  학교를 다니면서 일할 때는 좀 더 부담없이 일하는 것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 졸업을 하고 나선 정말 커리어에 대한 걱정, 앞으로의 학습, 기타 요소들 등. 보다 세세하고 농밀한 계획이 필요했다. 내가 하는 일은 같았지만, 더 이상 학생이란 보호막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 것들을 주변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며 지내느라 허겁지겁 보낸 1년이고, 슬슬 적응이 되자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여러 고민을 하다, 7월에 퇴사를 결정하게 된다.

  퇴사 후 계획을 정해두진 않아서,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들, 사용했던 기술, 부족했던 것들을 돌이켜 보며 회고했다. 이 때 생각정리를 하면서 가지게 된 일을 대하는 태도가 지금도 유용하게 날 굴리고 있다. 이 때 구글 리쿠르팅 으로부터 메일이 와서 갑작스레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대기업 입사 프로세스를 처음 밟아봐서 좀 긴장을 많이 했었다. 보통 입사 과정을 5~6 개월 정도 잡는다는데, 나는 그걸 모르고 리쿠르팅 부터 면접까지 2주만에 해버렸다. 어쩐지 리쿠르터가 면접 바로 봐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더라.. 물론 결과는 예상대로 광탈이었지만서도, 나중에 다시 잘 보겠거니 싶었다.

  이직 준비를 하면서 조금 내가 달라진 것은 인터뷰에 대한 자신감과 동시에 내 감정을 결과와 따로 놓는 방법이었다. 인터뷰는 시험과 다르게 사람을 보는 방식이고, 질의응답 과정속에서 과연 회사와 구직자가 서로에게 좋은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니 한결 편하게 준비하고, 대답할 수 있었다. 이는 거의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그렇지 않았던 곳도 되려 내가 더 배울 수 있는 피드백들을 남겨주었다.

  오퍼까지 받았던 회사 중 기억에 남는 곳은, (사명 비공개) 라는 회사다. 여기는 하고 있는 서비스가 내 관심사에 정말 맞았다. 문화 공연을 해외 팬들의 요청에 맞추어 열어주는 서비스였는데, 사용 기술도 내가 관심있게 쓰고 있던 것이었다. 코딩테스트는 면접날 지급된 노트북으로 풀었고, 문제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시간이 남아 여러 기교들을 넣어봤는데 (문제를 여러 알고리즘을 이용해 풀고 Performance measuring 을 돌린 결과를 첨부한다던가) 다행히 생각보다 좋아해주셨다. 여기서 좋은 결과를 받아 면접도 그리 긴장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면접을 가서는 실무자 두분과 CTO분, 총 세분과 함께 봤다. 기술 질문들도 (다행히) 아는 걸 많이 물어봐주셨고, 수월하게 대답했다. (합격 연락을 받고) 며칠 후 CEO 면접을 보게 됐는데 이게 정말 좋았다. 사실 면접 느낌 보단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느낌이 더 컸다. 덕분에 CEO가 가진 생각과 내가 어디까지 동의할 수 있는 지, 여기에선 내가 어떻게 일할 수 있을 지 확신을 받을 수 있었다. 아쉽게 병역문제로 여기서 일할 순 없었지만, 기회가 되면 여기서 꼭 일해보고 싶다.

  지금은 하이퍼커넥트에서 일하고 있다. 그 안에서도 하이퍼 엑스 소속으로, 주로 신사업을 하는 조직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시장에 직접 풀어보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가며 고쳐나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접해볼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인 곳이다.

건강 관리

  이직 후 비슷한 시기에 운동을 시작했다. 건강이 나빠지는게 코앞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몸을 막 쓸 순 없을 것 같아 부담도 있었다. 일주일 3번 씩 출근전에 하고 있는데, 확실히 체력과 집중력이 올라왔다. 아직 괄목적인 차이는 아니지만 2019년도에도 꾸준히 할 수 있길 ㅜ

기타 단상

  요즘 나이에 큰 메리트를 느끼기 시작했다. 아직 젊고 어리다는 말이 전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점점 일하면서 느껴지고 있다. 이게 정말 (나에게) 좋다. 한살 더 먹어간다는 부담감 대신 내년엔 어떤 걸 해볼까라는 기대감을 부추길 수 있고 선택을 할 때도 잃을 게 적으니 망설이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든다. 또 자세한 기술외에 일반적인 선택들은 주변에 많은 레퍼런스가 있어 선택에 실패할 확률도 적다. 조금 슬픈건 사고의 변화력과 또래간 사회성은 반비례 한다는 점이다. 요즘 대학 인싸들은 어떻게 지내지

애늙은이 소리좀 그만 듣고 싶다.



근황

  1. 이사했다.
  2. 회사 잘 다니고 있다.
  3. 2019년도에도 좋은 일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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