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아이폰의 컨트롤 센터에서 잘못 누른 녹화버튼이다.
어느 날 휴대폰 갤러리를 정리하다가 화면을 녹화한 영상이 있길래 뭐지 싶어 확인했다. 영상 속 나는 인스타그램에서 제공하는 숏폼 컨텐츠 (릴스, 쇼츠 등) 를 숨쉴 틈 없이 내리고 있었다. 영상 하나가 끊나기도 전에, 그저 자극되는 영상의 첫 썸네일을 보고 넘기기에 급급했다. 동영상 속 나는, 1초에 3개 이상의 쇼츠를 보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인스타그램에 시간을 보냈을까. 아이폰에서는 Screen Time 기능이 있다. 아이폰 내에서 작동하는 앱의 실행시간을 추적해 주고 각 앱의 휴대폰 리소스를 보여주기도 하는, 유용한 기능이다. Screen Time에서 보여주는 내 인스타그램 사용량은 일주일 동안 18시간 19분이다. 단순 산술평균만 내봐도 하루에 157분을 저 스크롤에 썼단 이야기다. 숏폼 컨텐츠의 평균 길이는 1분이니 157개의 영상을 보며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곧바로 인스타그램을 바로 비활성화 했다. 계정 삭제를 할까도 고민했지만, 일기도 중간중간 섞여있고 추억도 많은 터라 아직은 어려웠다. 유튜브도 곧 구독을 취소하고 광고를 보면서 라도 컨텐츠 시청을 불편하게 만들 예정이다. 기계 알고리즘의 큐레이팅(추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익숙해지지 않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난 나는 좀 더 긴 호흡으로, 명징한 정신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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